2011년 3월 7일 월요일

포르투갈 여행 6, 나자레 (Nazaré, Portugal)

나자레는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리스본에서는 버스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이 도시의 키워드는 해변, 절벽, 전통의상, 성모 마리아. 원래 갈 계획은 없었는데, 리스본에서 만난 일행의 권유로 방문하게 된 케이스. 뭐에 홀려서 따라 나섰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결과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나자레의 해변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좋은 해변 중에 하나라고 한다. 포르투갈에서도 이름난 휴양지인지라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북적이겠지만, 겨울의 바닷가는 조용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게 더 마음에 드는 곳. 비가 잠깐 잠깐 내리는 궂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한적한 해변에 드라마틱한 구름도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저 커플을 1초 뒤 파도를 피해서 바닷가에서 얼른 멀어졌음..

나자레가 좀 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옆에 절벽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퍼니쿨라가 해변과 절벽 위의 구 시가지를 연결해 주고 있다. 이 퍼니쿨라는 길이도 길고 시야가 확 트여있기 때문에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높이 110m의 절벽 위에는 구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구시가지에는 17세기에 세워진 교회가 있는데,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숭배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 상이 모셔져 있다. 여러가지 사연이 있는 듯 한데, 간단히 요약하면, 성모상이 4세기에 예수가 어린 시절을 보낸 나사렛에서 옮겨져 왔고, 12세기에 이 지역 귀족이 사슴사냥 중에 안개 때문에 길을 잃어 절벽에서 떨어질 뻔 한 것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요약하고 나니 더욱 더 별게 없는 듯 한데, 교회 안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이 그렇더라는...




하지만 절벽 위의 경치는 정말 시원하다. 가슴이 확 트인달까.








구시가지에서 내려와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식당 중 가장 가까운 식당 Conchina da Nazare로 향했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맥주 한잔 하면서 옛날 이야기 나누다 허풍도 좀 치고 고함도 서로 좀 지르고 하는 전형적인 로칼식당이었는데, Lonley Planet에 나와 있는 식당에서 영어가 한마디도 안 통한다는 건 좀 당황스럽긴 하더라. 나자레까지 외국 관광객이 오는 일은 흔치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음식은 꽤 괜찮았다는.




나자레에서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도 시간이 무척 빨리 흐른다. 그 만큼 매력적인 도시라서 그런 걸까. 아참, 나자레는 여자들이 이 지역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통의상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아니고, 앞치마 같은 건데.. 역시 본인 관심사항이 아니라 패스.

어느덧 어둠이 내리고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어둠에 잠기는 나자레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환하게 밝혀진 레스토랑들과 해변에 있는 바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들... 여름에는 꽤 번화한 곳임에 틀림없다. 조용한 해변을 누릴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하며 리스본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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