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5일 금요일

포르투갈 여행 4, 신트라와 호까곶(Sintra and Cabo da Roca, Portugal)

신트라는 리스본에서 서쪽으로 2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페나성과 무어성, 신트라성, 헤갈레이아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볼 게 많다는 이야기. 호스텔에서 아침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얼른 하고 달려 갔더니 왠걸...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페나성의 정원도 유명한데.. 겨울에 가시는 분들은 페나성 내부를 먼저 본 다음에 정원을 보는 게 나을 듯 하다. 그 때는 왜 이 생각을 못 했는지 몰라... 페나궁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정원 제일 끝에 위치하고 있는 언덕까지 올라 갔으나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못 보고 그냥 내려오고 만다.


페나성은 오래된 고성은 아니다. 1840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170년 정도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성이다. 신트라 성이 더 오래 전에 만들어졌으나, 페나성은 특이한 디자인 덕분에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 되었다.


페나성은 동화속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성보다 좀 더 판타지가 과하게 섞인 느낌이랄까... 프러시아의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라인강변에 있는 독일 성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설계를 의뢰한 마리아 2세 여왕과 남편인 페르디난드 왕의 취향으로 중세와 이슬람 양식도 많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무척 인상적인 정면 창 장식도 페르디난드 왕이 디자인 했다고 한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셨던 듯...



포르투갈 왕실에서 여름 별궁으로 사용되었고 성 내부의 가구나 미술품들이 잘 보관되어 있어서 내부를 둘러보는 것도 즐겁다. 왕실에서 사용하던 가구들의 설명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 부엌은 주방도구까지 잘 정리되어 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사들여서 전시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라 아쉬울 따름.



성안을 실컷 구경하고 나오니 이제 슬슬 날이 개인다. 진작 날이 좋았으면 좋았을텐데 말야...


무어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페나성을 나와 언덕을 조금 내려오면 나타난다. 9세기경 지어진 성이라는데, 가파른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지어져 있는 모습도 멋지고, 성 위에서 신트라를 내려다 보는 경치도 훌륭하다. 길이 가파르긴 하지만 올라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듯.


무어성에서 올려다본 페나성. 저기는 여전히 안개가 심하네.


무어성에서는 성벽을 따라 걷고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할 일은 없지만, 모두들 충분히 즐겁다.


무어성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호까곶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빨리 보는 분들은 페나성 정원, 페나성, 무어성 찍고 헤갈레이아까지 본 다음에 호까곶으로 향한다고 하던데, 느릿느릿 다니는 나에겐 무리였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무어성을 나온다.


호까곶은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끝이자 유라시아 대륙 본토의 서쪽 끝이라고 한다.
서쪽 끝이라는게 별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르투갈이 지리적으로 얼마나 외곽에 위치해 있는지 보여준달까...


호까곶은 거친 파도, 거센 바람, 깍아지른 벼랑들이 이어져 있는 전형적인 대서양 연안의 모습이다. 잔잔한 파도와 따뜻한 태양이 늘 머무르는 지중해와는 딴 판.


하지만 이 거친 바다를 통해 포르투갈은 영국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지켰고, 인도항로를 개발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광대한 식민지를 건설했다.  대서양은 포르투갈에게 제약이기도 하였으나 기회의 바다이기도 하다.


구름 낀 날씨로 일몰도 볼 수 없었지만, 호까곶의 거친 바다는 리스본이나 벨렘에서 보던 것과 딴 판이라 포르투갈의 진면목에 좀 더 다가선 느낌이다. 목선과 나침반, 기본적인 항해도구에 의지해 저 광활한 대서양 너머로 떠났던 탐험가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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