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 머물며 가장 자주 갔던 곳은 벨렘이다.
크리스마스에 갔더니 시내의 주요 관광지가 다 문을 닫아서 할 수 없이 가기도 했지만
제레니무스 수도원, 발견기념비, 벨렘 탑, 유명한 에그타르트 과자점이 모여 있고
해양박물관, 마차박물관, 아주다 궁, 벨렘 궁까지 같이 있어
리스본에 들리면 반드시 찾아야 할 관광지이기도 하다.
벨렘의 시가지.
리스본에서 벨렘을 이어주는 트램이 보이고
왼쪽에 작게 보이는 파란색 차양이 유명한 에그타르트 과자점이다.
나는 에그타르트 보다는 여기 에스프레소 커피가 좋더라.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가 있는데, 160년 된 과자점에 옆에서도
여전히 성업중인 스타벅스의 저력이 놀랍다.
벨렘은 리스본에서 서쪽으로 6km 정도 떨어져 있어
대항해시대 시절 포르투갈의 모험가들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발했던 곳이다.
좀 더 축소된 지도로 보면 동쪽에서 강이 흘러들어와
서쪽의 대성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에 리스본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좁은 물길을 통해 대서양과 연결되어 리스본에서 파도는 거의 볼 수 없다.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호까곶의 파도는 후덜덜하지만...
벨렘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제로니무스 수도원.
1497년포르투갈의 영웅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찾기 위해 출발하기 전
항해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던 곳이고,
바스코 다 가마가 무사히 돌아온 후 그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1502년 지금의 성당이 착공되어 5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인도항로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부를 아낌없이 사용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입구에 세겨져 있는 조각들도 아름답다.
수도원 내부와 기둥과 천정도 빈틈이 없이 조각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작은 정원과 분수도 갖추어져 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곳은 산타 마리아 성당이다.
산타 마리아 성당은 바스코 다 가마가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한데,
일정 숫자의 관광객만 입장 시키므로 관광객이 많은 시간에 갈 경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길.
나는 다행히 한번에 입장 성공.
일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카톨릭 국가로 유명한 포르투갈도 이제 이 성당을 신자들로 채우기에는 버겨워 보인다.
시내에 있어 시민들이 늘 출입하는 성당이 아니라
국가 행사용 성당이라 그런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충분히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과 교회들을 이미 보고 온
여행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곳이다.
관광지로서 포르투갈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들어낸 달까.
포르투갈이 인도항로의 발견과 남미와의 무역으로 황금시대를 누렸다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유럽의 변방에 위치해 있는 소국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1800년 경 인구 조사로는
프랑스가 29백만, 이탈리아가 17백만, 스페인과 영국이 각각 10백만의 인구였다고 한다.
포르투갈은 인구는 1800년경 3백만명이다.
1527년의 인구는 1.1백만명. 지금도 인구는 10백만명에 불과하다.
유럽의 변방에서 무어인과 스페인과 맞서며 만들어낸 포루투갈의 문화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역사와 닮은 점이 많은 듯 하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맞은 편은 발견기념탑.
발견기념탑으로 가는 길의 정원도 깨끗이 정리되어 있다.
아.. 그런데 그 사이에 철길이 놓여져 있어 수시로 기차가 지나다닌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철길..
건너편으로 갈려면 어두운 지하도를 통해 지나가야 한다.
날씨는 갑자기 흐려진 건 아니고 벨렘에 여러번 가다 보니 흐린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더라.
발견기념탑은 모험가들의 탐험을 후원해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Henry the Navigator(엔리크 왕자라고 발음해야 하나?)의
서거 600주년을 기념해 1960년 건설된 기념비이다.
힘이 넘치는 조각상들이 다시 한번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포르투갈의 에너지를 보여 주는 듯 하다.
그 뒤의 역사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에그타르트 과자점은 세번이나 갔었는데 사진은 한번도 안 찍게 되더라.
분위기는 완전 정신 없는 시장바닥..관광객들이 엄청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숙소에서 아침에 헤어진 한국분들도 점심이나 오후 때 쯤에는
여기서 자주 만나게 되고 ㅋㅋㅋ
에그타르트랑 에스프레소 커피 말고 다른 건 그저 그랬던 듯...
벨렘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아주다 궁 위 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언덕이다.
숙소에서 만나 같이 다녔던 분 덕분에 올라가 보았는데,
언덕길이 아래로 직선으로 뻗어 있다. 저 멀리서는 바다가 보이고...
그래서 전차가 나타나 주면 리스본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이미지가 완성된다.
아... 그런데 날씨가 흐려서.. 젠장.
이번 여행은 유독 날씨운이 안 따라 줬던 듯.
12월의 유럽이 다 그렇긴 하다해도
리스본에서 마저 왜 이리 비도 잦고 흐린 날도 많았는지 모르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