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도 다른 도시들 못지 않게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있는데,
리스본에 8일 동안 있으면서도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다 보니
휴관일이 많아 박물관을 많이 들리지 못한게 아쉽다.
그래도 굴벵키앙 박물관은 들릴 수 있어 다행.
전철역에서 내려 예쁜 공원을 지나가면 박물관이 나온다.
공원으로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멋진 건물은 Modern Art Center인데,
현대미술에 무지한 나는 미련없이 패스.
친구말로는 여기도 무척 좋다고 하더라.
굴벵키앙 박물관은 20세기초 석유재벌이었던 굴벵키앙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한 박물관이다.
런던의 Courtauld Gallery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었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에 깜짝 놀랐다.
6000여점의 소장품 중 1000점 정도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굴벵키앙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명이었고,
이 소장품들은 개인 소장품으로는 세계 최고 규모라는.
그림, 조각, 가구, 공예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데다가
지역도 유럽 뿐만이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의 다양한 나라들에 걸쳐 있다.
터키에서 태어나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라크, 포르투갈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한
굴벵키앙의 국제적 감각이 예술작품 수집에도 반영된 듯 하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작품들 사진 몇 점.
Portrait of a Young Woman
Domenico Ghirlandaio (1449-1494)
Florence, c. 1485-90
Tempera on wood
44 x 32 cm
Inv. no. 282
이건 분명 루벤스 작품 같은데 웹 카탈로그를 뒤져도 안나오고
누구 그림인지 모르겠다.
Portrait of Helena Fourment
Peter Paul Rubens (1577-1640)
Flanders, c. 1630-1632
Oil on wood
186 x 85 cm
Inv. no. 959
Portrait of Madame Claude Monet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France, c. 1872-74
Oil on canvas
53 x 71.7 cm
Inv. no. 2301
Portrait of Henri Michel-Lévy
Edgar Degas (1834-1917)
France, c. 1878
Oil on canvas
40 x 28 cm
Inv. no. 420
Boy blowing bubbles
Édouard Manet (1832-1883)
France, 1867
Signed: Manet
Oil on canvas
100.5 x 81.4 cm
Inv. no. 2361
Les Bretonnes au Pardon
Pascal-Adolphe-Jean Dagnan-Bouveret (1852-1929)
France, 1887
Oil on canvas
125 x 141 cm
Inv. no. 206
회화 말고도 카페트, 도자기, 가구, 시계, 조각, 서적 등 전시품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아래는 무척 특이했던 장신구들.
René Lalique 콜렉션 중 일부였던 듯 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루브르나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미술관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당연히 들러야 할 곳이지만, 개인 소장품에서 출발한 박물관들도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우선 관광객이 비교적 적어 훨씬 좋은 환경에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모은 작품들이니 그들의 투자감각이 반영되는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유명한 예술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만날 기회도 많다.
반나절 정도 둘러 보기에 규모가 적당해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다.
굴벵키앙 미술관은 마지막 항목에서는 예외다.
반나절을 꼬박 돌아도 다 보지 못하고
박물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렇게 훌륭한 박물관이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건 아쉬울 따름이다.
유럽의 변방에 붙어 있으니 박물관 마저 홀대를 받는 구나.
박물관의 카페테리아에서의 점심은 포르투갈에서 먹은 최악의 식사 중 하나였다.
왠만하면 이용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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